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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5Y Mania/L5Y 비교하기

[블로거기자리뷰] off-BW와 일본 Ver. 비교를 통한 한국 <The Last Five Years> 에 거는 기대

뮤지컬 <The Last Five Years> 공연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모두 예매는 하셨나요? ^^
과연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찾아올지 하루하루 기대가 되는 가운데,
오늘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오리지널 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02)과
역시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일본의 초연('05) 무대를 거들떠보며,
앞으로 상연될 한국 무대 모습을 살짝 점쳐보려 합니다.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를 소개하는 건 알겠는데, 왜 하필 일본이냐.. 고 물으신다면,
일본은 우리보다 발전된 뮤지컬 시장을 가졌고 어쩌구.. 는 지난 번에 한번 써먹었던 멘트군요;;
사실, 자료가 이것 뿐이에요.............☞☜

세상이 좋아져서 국경의 의미가 모호해지고, 인터넷으로 많은 자료가 방류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프로모나 짤막한 클립 정도로는 공연의 전반적인 모습을 파악하긴 어렵잖아요.
또한 아무리 실력이 수준급이어도 아마추어 프로덕션의 무대를 놓고 비교할 수도 없는 일이구요.
그렇게 걸러내다 보니, 남은 건 정식으로 DVD가 발매된 일본 무대 뿐이더군요.
일본은 2005년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초연 때, 한정 수량으로 DVD를 발매한 바 있습니다.

그럼 먼저,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부터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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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미지 처럼 회색빛이 감도는 원형 무대,
단 두명이 이끌어가는 소극장 뮤지컬인 만큼 무대 위에는 최소한의 장치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말씀!
매 넘버 때 마다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소품들이 등장한답니다.
심지어 저 바닥이 움직인다구요!
움직이는 바닥은 암전시간을 줄여주는데도 용이했지만,
줄곧 성공가도를 달리는 제이미의 캐릭터에 아주 적절하게 사용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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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초연 무대 모습입니다. 이렇게 보니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와 굉장히 흡사하네요.
재연에선 어떤 변화를 줄 지 모르겠지만, 초연 무대를 보고 미루어 짐작하건데,
기본적으로 원작에 충실하지 않을까 예상되네요.

그에 반해, 일본 무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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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무대 장치.. 라는 것만 빼곤 닮은 구석을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군요;;
역시 남의 꺼 가져다가 자기 꺼인양 하는 데는 최고인 녀석들이에요. (칭찬입니다)

대신이랄지, 무대에 경사가 있어서 관객들이 무대를 보기 편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도 위에서 관객들이 내려다 보는 구조로 되어있었죠.
그런 점에선 닮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문제는.. 일본 무대는 단 한번의 암전시간도 없이
오로지 저 소품들만 가지고 총 90여분에 달하는 시간을 끌어간다는거죠.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냐.. 가능하더군요. 어느 의미로 존경스럽습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역량에 기대었다는 건데.. 바로 이것이 일본 연출의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일본의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남자 주인공 제이미 역은 실력파 배우인 야마모토 코지씨가 맡아
열연을 했더라고 일전에 소개했었죠. 그렇다면 캐시 역은 누구였을까..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
소개하면서 여배우 이야기는 쏘옥 빼먹었던 이유가 있었답니다.
뮤지컬에 첫 출연하는 가수 출신 여배우였거든요. (작품 달랑 이거 하나 해서 배우라고 하기도 뭐하다만;;)
솔직히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수 출신의 연기자를 못마땅해 하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요.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이 보편화된 고로,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니지만요.

아무리 그래도 무대 첫 작품으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굉장히 무모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대사 분량이 적고 노래의 비중이 큰 작품이라는 것에서 메리트를 느꼈겠지만,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건 미처 계산하지 못했나 보네요.
덕분에 관객들에게 시종일관 '싸우자-!' 는 기분이 들게 하였으니..
그나마 무대 장치라도 화려했으면 그쪽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었을텐데, 말했듯이 저게 전부니까요.
배우 혼자 온전히 무대를 장악해야만 했습니다. 초연자에겐 애초에 무리였죠.



물론 베테랑인 야마모토 코지씨는 훌륭히 제이미 역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녀 주연 배우의 실력차로 인해) 온전한 2인극으로 성립되진 못했다는 이야기에요.
관객의 대다수가 제이미에게 공감하고 제이미를 이해하고 일방적인 제이미 편이 되었는걸요;;

그만큼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제이미와 캐시 두 배우의 밸런스가 중요한 극입니다.
저는 바로 이 점에서 우리나라 캐스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어요.
이건명씨, 배해선씨, 양준모씨, 김아선씨.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실력이 출중한 분들이시잖아요.
이 분들이라면 분명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보여주실 것 같습니다.

무대 비교하다가 잠시 이야기가 샜는데요. 다시 오프 브로드웨이로 넘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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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캐시는 여배우 지망생 입니다.
순회 공연도 다니는데 지망생이란 표현은 좀 그런가.. 안 팔리는 여배우 정도로 보면 되겠네요.
잘 나가는 제이미와는 달리 오디션 마다 번번히 떨어지죠.
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제이미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제이미가 종종 데이트 약속도 깨먹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버린다는 거..?

책 속에 파묻혀 새침하게 노래하는 캐시.
그저 제이미를 따라가기만 하는 자신의 인생, 그리고 존재가치에 불안을 느낍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깨닫죠. 제이미의 책 속에.. 제이미가 쓰는 글 속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럼, 같은 넘버, 같은 씬을 일본 무대에선 어떻게 표현했는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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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는 캐시를 파출부로 고용한거냐!!!


요즘 시대에 왠 빗자루.............는 그렇다치고, 심지어 그녀는 크리스마스에도 빨래를 갭니다;;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는 '슈무엘 송' 이라는 유명한 넘버가 있죠.
제이미가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신작 소설을 캐시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주 재미있는 곡이지요.
제이미 역의 남자 배우가 소설 속 인물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연기하는 게 포인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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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고, 제이미의 앞에는 캐시가 앉아 있습니다.
제이미는 줄곧 그녀를 보며 노래하고 마지막엔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네죠.

이 아름다운 장면이 일본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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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의 원맨쇼
로 바뀝니다 -ㅁ-

물론 야마모토 코지씨의 뛰어난 곡 해석력과 표현력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합니다만,
원칙적으로 이 넘버가 추구하는 사랑이라는 기반이 무너져버린 점을 지적하고 싶네요.
제이미는 관객을 향해 노래하고, 무대는 제이미의 신작 발표회로 탈바꿈 되었죠.
캐시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습니다.
노래가 끝날 즈음이 되어서 느즈막하게 나오긴 합니다만 (그녀가 없으면 얘기가 안되므로;)
두 사람의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 채.. 제이미의 노래는 허공의 메아리칠 뿐 입니다.

일본 연출은 이 작품의 구성을 이루고 있는 시간의 엇갈림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밑에 자리한 진정한 주제인 "사랑" 은 많이 옅어지고 만 느낌이에요.
구성이 독특하건 어쨌건 모티브는 사랑 이야기 인데 말이죠.
바로 이러한 점이 원작자의 심기를 거스르고 만 것인지,
뒤늦게 일본 공연의 재번역본을 받아본 원작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일본 공연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죠. (그래놓고 재연을 허가해 주는 건 또 뭐냐;;)

이 밖에도, 한번도 바뀌지 않은 의상이라든가 시간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그 부분은 2007년에 재연되면서 어느 정도 수정되었다고 하더군요.


▲ 일본 2007년 재연 모습

엄청 뭐라하긴 했지만, 일본 공연이 그렇게까지 나빴던 것은 아니에요. 괜히 제 글만 보고 오해하실라.
영상물의 적절한 사용이라든가, 조명을 통한 표현, 그림자 효과 등 연출적으로 고민한 흔적도 보이구요.
뭐라 해도 흥행면에선 성공을 거두었으니 상업 공연 제1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일본 공연을 거울 삼아 한국 공연은 더욱 철저한 준비를 거쳐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앞서 오프 브로드웨이 버젼을 살짝 소개하기도 했지만, 너무 오리지널만 답습하는 모습도 좋지는 않죠.
그럼 오리지널 보지 뭐하러 한국 공연 보겠어요. 하하..

한국만의 특색있는 공연, 그리고 초연보다도 발전된 모습,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