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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5Y Show/L5Y News

[2008-10-15] 대학로 2인극의 힘! [한국일보]

대학로 2인극의 힘!
두 인물 갈등구조·긴장감 강해 흡인력
연극은 물론 뮤지컬도 불황에 효자노릇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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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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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잘자요 엄마'의 나문희(오른쪽)와 황정민.
연극, 뮤지컬 등 공연계도 경제불황의 그늘에서 예외일 수 없기에 예년에 비해 대형 신작보다는 중소형 작품 제작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 2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2인극의 맹활약이 눈에 띈다.

소극장 공연이 원래 배우의 호흡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특히 공연의 밀도가 극대화되는 2인극이 지금 대학로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대학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연극 '잘 자요 엄마'다. 자살을 예고하는 딸(서주희, 황정민)과 이를 말리는 엄마(손숙, 나문희)의 대화와 설득 과정을 통해 소통의 문제를 그린 작품으로 객석 점유율이 97%에 달한다.

8월 29일 시작해 11월 2일까지 예정된 이 작품을 관람했거나 관람 예정인 관객은 총 1만 3,000여명. 12월 연장 공연이 확정됐다. '연극열전2' 시리즈의 하나인 이 작품의 성공비결을 제작사측은 "두 여배우가 공격수와 수비수처럼 치고 받는 대사의 매력"에서 찾는다.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인 배우 조재현은 "서로 스타일이 다른 두 배우가 공격과 수비의 느낌으로 부딪칠 때 재미가 극대화되고 극의 갈등구조도 강해져 관객은 극에 몰입하게 된다"고 말한다.

연극열전2의 아홉번째 작품으로 24일부터 공연되는 '웃음의 대학' 역시 2인극이다.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로 알려진 작가 미타니 고우키 원작으로 송영창, 황정민 두 배우가 출연한다.

2인극은 연출가 입장에서도 주인공의 심리묘사 상 서서히 고조되는 긴장감을 살리고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어 흥미로운 작업이다. 2년 만에 연극연출자로 돌아온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선택한 작품도 '밀키 웨이'라는 2인극이다.

11월 7일부터 공연되는 '밀키 웨이'는 독일 작가 칼 비트링거의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번안한 작품으로 배우 2명이 12개의 역할을 소화한다. "여러 배우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재미있지만 2인극은 기적 같이 깊이 있는 연기력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연출자 김씨의 말이다.

뮤지컬에서도 2인극은 주목받는 형식이다. 많은 제작사들이 불황의 고충을 털어놓는 가운데 최근 91%의 객석 점유율, 유료 점유율 84%를 기록하며 막을 내린 뮤지컬은 2인극인 '쓰릴 미'다.

동성애와 유괴살인이라는 충격적 소재를 다룬 이 작품은 '그'와 '나'라는 두 인물 묘사가 90분 공연시간 내내 팽팽히 이어져 관객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배우 2명만 출연하다 보니 김동호, 김무열, 김우형, 이창용 등 젊은 남자배우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반영된 것도 작용했다.

11월 28일부터 5년 만의 재공연 무대를 갖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역시 2명의 남녀만 출연하는 작은 규모의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박칼린씨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제작사측은 2인극의 특성상 쇼가 아닌 캐릭터에 집중하는 섬세한 연출이 요구돼 작품해석 능력이 뛰어난 박씨를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이밖에도 일종의 2인 뮤지컬인 '헤드윅'이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며, 도시남녀의 연애담 '70분간의 연애 2nd-원나잇 스탠드'도 곧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대학로의 2인극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