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5Y Show/L5Y News

[2008-11-07] [이사람] “음악이 절로 흘러나오는 연출 할래요” [헤럴드경제]

[이사람] “음악이 절로 흘러나오는 연출 할래요”

연출가 데뷔하는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

연극배우, 첼리스트, 작곡가, 가수, 보컬코치, 음악감독….

뮤지컬 ‘명성황후’를 비롯해 ‘오페라의 유령’ ‘미녀와 야수’ ‘시카고’ 등 국내외 대작 뮤지컬 음악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 박칼린(41)의 이력이다.

그는 한 사람의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력에 최근 한 줄을 더 추가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11월 28일~2009년 2월 22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하는 것.

“뮤지컬에서 연출가와 안무가, 음악감독이 각각 80%의 자기 영역을 가지고 있다면 20% 정도는 경계 없이 섞여 있어요. 같이 고민하면서 장면을 함께 만들거든요. 그 과정에서 유독 이 작품은 ‘작품 전체를 내 아이디어로 연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드라마에 대한 이해를 위해 대본부터 탐독한다는 박씨, 이 작품의 경우 처음부터 무대와 배우들의 동선이 생생하게 그려졌다고 덧붙였다.

타고난 예술적인 욕심과 호기심도 박칼린의 열정에 불을 붙였다. 그가 지나온 변화무쌍한 길을 보면 ‘연출가’로 변신한 것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4살에 부산에서 한국무용을 배웠고 9세 때는 미국으로 가서 첼로를 전공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다시 한국에서 경남여고 연극반에 들어가 전국 순회공연을 다녔다. 미국 대학에서 첼로 전공으로 학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서울대 국악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스무살 무렵 때부터 배우로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동시에 서울시립무용단의 무용음악을 작곡했다. 가요 편곡자는 물론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가수들의 보컬코치로도 활동했다.

하루 4시간밖에 안 잘 정도로 빡빡하게 많은 일을 했지만 원칙은 있었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스스로도 배울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연출을 맡은 것도 단순히 ‘연출가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작품만은 남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학구열 때문이다.

이런 속내를 들켰던 것일까. 박명성 신시뮤지컬 대표는 5년 만에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재공연하면서 박칼린에게 연출을 부탁했다.

음악감독에서 연출가로 변신한 뒤 예상 밖의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딱 한 가지 있다”며 “연출을 하는데 자꾸 음악이 귀에 들어와서 신경이 곤두선다”며 웃었다. 20년간 연극, 무용은 물론 60여편의 뮤지컬 음악을 지휘해온 그의 직업병이다.

박칼린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2명의 남녀가 결혼부터 이혼까지 겪는 감정을 솔직한 가사와 어쿠스틱한 음악으로 그려낸 음악적인 뮤지컬”이라며 “음악에서 드라마가, 드라마에서 음악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연출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