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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5Y Mania/L5Y 감상하기

[블로거기자 리뷰] 사랑의 조건, 혹은 결혼의 조건? in 라스트파이브이어스

조크이긴 하지만..결혼은 판단력이 떨어질때 하고, 이혼은 인내력이 떨어질때 하고, 재혼은 기억력이 떨어질때 한다는..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라스트파이브이어스를 보면서 새삼, 판단력과 인내력에 대한 이 농담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이미와 캐씨의 사랑은 여전히 깊고, 또 진실합니다. 하지만 다시 지켜본 그들의 5년에서는, 인연을 택하고 그 사랑을 지속시키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가 보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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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이미의 선택을 보죠.
과연 제이미는 정말, 캐씨를 그녀 자체로만 사랑했던 걸까요?
만약 캐씨가 아일랜드계 카톨릭 신자가 아닌 유태인이었다면, 제이미는 그래도 사랑에 빠졌을까요?
자칫 제이미가, 혈통을 지키라는 집안의 압력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운명적인 사랑을 섣불리 착각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스물세살의 제이미가 좀더 날카로운, 혹은 정확한 판단력을 지니고 있었더라도 그의 선택은 변함 없이, 캐씨를 사랑하는 것이었을까..하는 물음표가 남는거죠.
캐씨를 믿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고 또 기다려왔다는 제이미의 말에 거짓이 담겨있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제이미의 속마음이나 생각이 아닌 바로 그의 '눈'입니다.
제이미는 늘 캐씨를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월한 자의 입장에서, 성공한 자의 시각으로만 캐씨를 바라보았는데, 어떻게 그녀의 상황을 100% 공감할수 있겠어요.
구겨진 자존심과 무너진 자신감, 찢겨진 상처와 부서진 꿈만 남아버린..그녀의 이야기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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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씨의 넘버들에서는, 유독 반복해서 들리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넌 내꺼..우린 함께 할거야..나만의 당신..뭐, 이런 식의 가사들이죠. 눈치 채셨나요?
꽤 자주, 캐씨는 성공한 남편에게 종속되어 그의 삶의 일부로만 살지는 않을거라고 얘기합니다. 정작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캐씨는, 제이미를 독점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합니다. 물론 이 두가지를 연관시켜서 보는게 약간은 생뚱맞을지도 모르지만..필자에겐, 독립적인 성향과 독점욕의 공존이 조금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어쨌든, 캐씨의 이런 욕구는 내적인 생각으로만 조용히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이미를 향한 의심과 그에 따른 잔소리라는 형식으로 겉으로 크게, 혹은 시끄럽게(-_-;;) 표출됩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제이미의 업무상 파티가 잦을수밖에 없다는걸 이해하고, 또 필요한 일이라는걸 알기에..거의 '무조건적'으로 '바깥일'에 비협조적인 캐씨의 태도가 좀 너무하다..문제가 있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극 후반부 제이미가 보여준 결과물들 덕에 결국은 캐씨의 의심이 그냥 근거 없는, 말도 안되는 것은 아니었잖아..싶기도 합니다. 타이밍이나 일의 인과관계를 떠나, 제이미가 바람을 핀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이혼 후, 앨리스가 짐을 가지러 올거라는 발언은..제이미와 앨리스의 관계에 대한 캐씨의 예감..ㅡㅜ..이 맞는 얘기였다는거 아냐..이런 상상도 마구 생기구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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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풋풋하고 상큼한 이미지가 강했던 양준모+김아선 커플과는 달리,
이건명+배해선 커플은 그야말로 연륜의 파워라는게 뭔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제이미와 캐씨의 5년간의 이야기가 비록, 스물세살부터 스물여덟살 까지의 사뭇 어린(!!..어려요..어린거 맞는거 같아요..;;;) 남녀의 사랑과 삶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두사람의 그 짧은 시간(인생의 긴 여정에 비하면 5년은 참 짧은 시간이에요..그렇지 않나요?)을 채운 내용들이 성공이나 절망, 결혼과 이혼이라는 꽤 큰 이벤트들임을 감안한다면..적어도 배우들의 연기는 그 굴곡을 잘 드러낼수 있는 성숙함을, 꼭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명+배해선 커플은 그 포인트를 아주 잘 살려주었구요. ^_^
사실 극중의 제이미와 캐씨는 여전히 어리니까..그렇게 깊은 생각과, 많은 고민과, 몰아치는 감정의 변화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애는 해피엔딩이 더 드물다.'고 말하는 이 무대를 대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사랑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부각시켜 주는 쪽이 더 절실하고 솔직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건명+배해선 커플의 연기가 쪼금 더 맘에 들어요. ^^;;)

5년쯤 전에, 이 작품을 보면서 새삼 느꼈던 의문이 있습니다.
끝이 보이는 사랑, 결말을 알고서,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 그 길을 가는 것.
그 사랑은, 시작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건 어리석다면서 시작하는게 옳은건지..
끝이 보이는 길은, 처음부터 가지 않는게 나은건지..하는 그런 생각.

5년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답은 찾지 못했고, 물음표 역시 커져만 가네요.





[사진출처: NEWSIS, OSEN]